2007년 04월 22일
黄昏人(황혼인) - Lost Sheep ②
그날, 하데스는 돌아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으신 걸까, 하데스님…….
약속을 가볍게 어기는 분이 아니다. 급한 일이 생겨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어도 연락 정도는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젯밤 늦게까지 자지 않고 기다렸지만, 어느샌가 수마에 붙들려 일어나 보니 아침이었다. 방에 하데스가 돌아온 듯한 흔적은 아무것도 없다. 1층에 내려가서 여관 주인에게 물어봤지만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고 한다.
피리아는 아침식사도 하는둥 마는둥 끝내고 여관 입구 근처에서 서성거렸다.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이 틀림 없다. 나쁜 생각만 떠오르는 것을 어떻게든 견뎌내며, 겉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찾으러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어제 하데스에게 들은 '나가지 마라'는 말이 소녀의 두 발을 붙잡았다.
제도는 도리 없이 넓다. 방향치인 피리아가 나쁜 예감에 찾으러 나서더라도 금방 헤매게 될 것이 분명하리라. 거기에 금방이라도 돌아오실 지도 모른다, 엇갈리면 곤란하고…… 그런 진전 없는 일을 되풀이했다. 혹시 바로 앞까지 와 계실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기대를 가슴에 안고 대로를 구석구석 살펴보고 있었지만, 어느 곳에도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대로에 접한 여관 문앞에서 서성거리는 소녀는 분명 수상해 보였으리라. 성제로 마음이 들뜬 사람들 속에서도, 힐끔힐끔 의아한 듯 소녀를 곁눈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 대부분 그것만으로 끝나지만, 조금 질 나쁜 남자가 피리아를 노리고 입꼬리를 올리고. 그대로 접근해왔다.
여관 손님이라고 생각해 당황해서 입구에서 물러나려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눈치챈 것은 남자가 온몸을 훑는 듯한 시선을 보냈을 때부터다.
"여어, 아가씨. 귀엽게 생겼구만."
온몸에 엉겨붙는 듯한 시선에 얼굴이 굳는다. 기가막히게도 이런 아침 일찍부터 술을 마신 모양이다. 남자의 귓불은 붉었고, 코를 찌르는 술냄새가 풍겨왔다. 이 다음의 전개가 대충 예상되어서, 피리아는 혐오감에 얼굴을 찌푸렸다.
"마침 나도 따분하던 참이어서 말이지. 잠깐이면 되니까, 같이 놀아달라고."
"저, 저기, 죄송합니다. 여기서 사람을 기다리고 있어서……."
역시…….
그런 지긋지긋한 기분에, 피리아는 어떻게든 원만하게 빠져나가고 싶어 어색한 웃음을 띄워보았지만 그렇게 부들부들 떨리는 웃음 따위로는 술주정뱅이의 머릿속에선 그저 흘러가버릴 뿐인 모양이다. 남자는 '좋잖아, 가자고. 좋은 곳에 데려가준다니까.' 하고 상스러운 웃음소리를 내며 강하게 팔을 붙잡는다. 무례하고 거리낌 없는 힘. 생리적인 혐오감으로 닭살이 돋는 것과, 팔이 당겨지는 것은 동시였다.
"그만…… 읏."
조건반사로 무심코 눈을 감으며 소리친다. 소녀의 가는 비명은 절박했지만, 자신의 위기를 주위에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우, 와아악!!?"
자신의 외침을 지우려는 듯 남자의 한심한 비명이 울리고, 피리아는 주저주저 눈을 떴다. 아니나다를까, 남자는 돌바닥 위에 대자로 뻗어 있다.
"으엑, 미, 미안합니다!"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달려가 보니, 남자는 탁한 눈동자로 망연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돌바닥에 등을 세게 부딪힌 순간, 뇌진탕을 일으킨 것이리라. 지금 상황을 납득하기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아하하하핫!"
예상 외의 전개에 주위의 사람들이 멍하게 소녀를 보던 중, 새된 웃음소리와 방울소리가 울렸다. 깜짝 놀라 어깨를 움츠렸던 피리아가 돌아보자, 군중 속에서 흑발의 미녀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음을 참고 있다.
왠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그런 생각에 물끄러미 바라보자 흑발의 미녀는 아직도 웃으면서 손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후훗, 오랜만이네, 피리아."
"……메이린 씨?"
여관 1층에는 식당이 있었다. 그 안, 벽에 붙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두 명의 소녀가 자리를 잡았다.
한 명은 어딘지 부끄러운 듯 몸을 웅크린 황갈색 머리칼의 소녀. 반대편에는 윤기 도는 풍성한 흑발을 허리 아래까지 늘어뜨리고, 흑수정 같은 눈동자를 가진 미소녀. 노출이 심하고 현란한 복장으로, 경건함을 추구했기 때문인지 피부의 노출을 가능한한 줄인 피리아의 복장과 정반대였다.
"우후후, 피리아도 참, 여전히 보기랑 달리 대단하네―. 설마 추근대는 술주정뱅이를 날려버릴 줄은 아무도 생각 못했을 거야."
흑발의 미소녀는 너무나 이상하다고 말하듯 글래스에 입을 댔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손발에 달린 방울에서 투명한 소리가 울린다.
"저, 저도 그다지 날려버릴 생각은 말이죠……. 그저 갑자기 팔을 잡아당기니까 깜짝 놀라서, 그만 반사적으로."
"그게 더 질이 안 좋다구."
뺨을 붉히며 변명하는 피리아였지만, 다시 지적받자 목소리가 작아진다.
아까 그 남자는 순찰 돌던 경비에게 맡겼다. 분명히 조금 혼나는 정도로 풀려날 것이다. 피해자일 터인 소녀가 상처를 입기는커녕 상대를 너끈히 넘겨버렸으니까.
틈이 많은 건지 무방비인 건지, 그렇지 않으면 순해 보이는 인상을 주기 때문인지 피리아는 저런 사람들에게 걸리는 일이 적지 않았다. 시스터 복장을 입고 있을 때에도, 혼자라고 치근덕거리는 일이 여태까지 몇 번 있다. 특히 아까처럼 술 취한 인간에게는 더 없는 사냥감인 듯하다. 하데스에가 권해서 호신술을 배웠지만 너무 열심히 배운 나머지 조건반사로 나오게 되어버린 것이다. 기도를 올리고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시스터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리라. 풀이 죽어 어깨를 늘어뜨린 피리아를 보며 너무했나 싶은 메이린은 화제를 바꿨다.
"피리아랑은 1년만이네, 어때? 잘 지냈어?"
"네, 벌써 1년이나 지났으니까요. 마을 분들도 언제나처럼 건강하고 평화로워요."
곧바로 하늘이 확 개듯 생글거리며 웃는 피리아의 모습에 메이린은 미소를 머금었다.
"후후, 그렇구나. 거기처럼 평화롭고 느긋하고 조용한 마을도 없었지. 여행하는 무희 따위는 많이 유명해져도, 차갑게 경멸하는 시선은 어느 마을이나 있었어. 하지만 그곳만은 달랐지. 다들 눈을 빛내면서 내 춤을 봐줬으니까. 즐거웠었는데……."
"메이린 씨……."
따뜻한 빛을 담은 흑수정 같은 눈동자는 어딘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분명, 처음으로 만난 마을을 떠올리는 것이리라. 피리아도 그녀의 시선 끝을 더듬었다.
토지와 마찬가지로 검붉게 타오르는 렌가의 마을은, 여생을 조용히 보내는 노파처럼 호젓했다. 한가롭고 온화하며, 나무가 많다는 것 정도밖에 인상에 남지 않는, 수수한 마을이다.
1년 전, 그곳에 메이린이 찾아와서 둘은 처음 만났다. 요즘 시대에는 여자 혼자서 살아가기엔 굉장히 힘들고, 비난도 거세다. 하지만 소녀는 그에 굴하지 않고, 오로지 앞을 보며 힘내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 한결같음은 소녀의 춤을 더욱 아름답고 강하게 변모시켜, 그 춤에 감명을 받은 사람은 끝 없이 이어졌다. 피리아도 그 중 하나다. 그와 동시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어느 쪽도 기댈 곳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경우나 정신, 모든 부분에서 차이가 역력헀다. 세상을 알고, 처세술을 몸에 익혀 혼자서도 똑바로 앞을 바라보며 힘차게 살아가는 소녀. 하데스 사제에게 보호받으며 안온히 교회에서 지내던 자신과는 전혀 달랐다. 그녀처럼 내일 먹을 것에 고민하는 일은 없다. 지붕이 있다. 안심하고 잠들 수 있는 곳이 반드시 존재하는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혜택받았는지 통감했다. 초조함이 가슴을 비집고, 전신을 돌아 자신에 대한 물음이 멈추지 않는다.
정말로 자신은 이대로도 괜찮은 거냐고.
"그건 그렇고, 피리아도 성제에 오다니 의외네. 이런 건 전혀 흥미 없다고 생각했거든."
"에?"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다가 얼빠진 소리를 내는 피리아에게, 메이린은 커다란 눈동자를 깜빡였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의아해하고 잇자 메이린도 '어라?'하고 의아한 듯한 눈으로 시선을 되돌렸다. 그리고 잠시 서로 마주본다.
"……에, 라니 설마 모르는 거야? 이 성제의 주된 목적은 평민 속에서 황족의 측실을 고르는 거라구. 황가에서는 정책의 일환이라고나 할까? 군인이나 엘파이르 교회랑 달라서, 황족이나 귀족은 민중에 인기가 없으니까 말이지―. 이런 식으로 측실 후보를 모으거나 해서, 민중의 지지를 받으려고 하는 거지. 뭐어 그런 정치의 목적은 아무래도 상관 없고, 우리들로선 꽃가마를 탈 찬스인 거야."
"헤에, 그런가요."
어쩐지 거리에 잔뜩 치장한 여자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겨우 수긍한 피리아에게 메이린은 흑발을 뒤로 고쳐 넘기며 다소 가슴을 내밀며 말했다.
"역시 선택받으려면, 예능이 뛰어난 사람이 좋지. 아, 물론 미모를 전제로 해서. 머리도 나름대로 좋지 않으면 안 되고, 성격도 좋아야겠지. 그야말로 이 내가 선택받기 위한 축제인 거라고."
"메이린 씨의 춤은 굉장히 예쁘니까요."
메이린은 정말로 미인이었다.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는 인상적이고, 흑발은 항상 햇빛을 쬔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윤기가 흐르고. 약간 그을린 피부는 싱싱한 젊음이 가득해 자신과 같은 연대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성숙한 몸매는 어른의 색기를 풍겼다. 전신에서 나는 향기는 튀지 않고 시원하며 행동 역시 소녀의 소녀의 가련함과 어른 여성의 색향을 동시에 가져, 절묘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그녀의 춤은 말할 것도 없이 화려하고 신비로웠다. 측실뿐만 아니라 정실이라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그녀는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그 증거로 이 식당에서도 많은 남자들의 시선이 모여 있다. 본인은 모르는 척 하지만.
말을 전부 받아들여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동의하는 피리아의 모습에, 메이린은 볼을 긁적이며 조금 불편한 듯 웃었다.
어라, 하고 왜 그런 반응을 하는 건가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하자, 메이린은 슬적 표정을 누그러뜨린다.
"……그렇게 순진하게 동의해버리면 좀 부끄럽잖아. 그러고보니 피리아는 나가지 않는 거야? 황족은 무리라도 귀족이라면야."
갑자기 자신에게 얘기가 돌아오자 피리아는 크게 당황했다.
"엣, 그, 측실이라니 그런, 무, 무리예요, 저는 괜찮아요, 그냥 하데스님을 따라온 것 뿐이고."
"훗, 여전히 놀리는 재미가 있는 애라니까."
새빨개져서는 좌우로 고개를 젓는 피리아――― 예상대로의 반응을 보며 메이린은 왠지 안심한 것처럼 크게 웃었다. 놀림받았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피리아는 우우, 하고 처량한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웅크렸다. 뭔가 다른 화제를 찾으려고 머리를 굴리다, 정신을 차린다.
"그, 그런것보다, 사제님의 행방이 묘연해져서……! 어제 안으로 돌아오신다고 했었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전, 너무 걱정이 되서 어쩌면 좋을지 알 수가 없어서."
본래의 목적은 이것이었는데, 한심하게도 자신으로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다. 지금 당장이라도 찾으러 나가고 싶지만, 엇갈리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어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세상 물정에 밝은 메이린이라면 뭐낙 좋은 방법이 있을까 싶어서, 피리아는 기대 어린 눈빛으로 메이린을 보았다. 흑발의 미소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손에 든 컵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사제님이 행방불명? 언제부터?"
"어제, 제도에 도착해서 바로 어딘가 나가셨어요. 어제 안으로 들어오신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돌아오시지 않으시고……."
"무슨 일이었는지는 들었어? 일이 길어진 것뿐인 건 아닐까?"
"무슨 용건인지는 물어보지 않아어요……. 게다가 길어지더라도, 사제님이라면 미리 연락하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무런 연락도 없다는 건, 도중에 무슨 사고라도 나서 연락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아서, 하고 피리아는 그곳에서 말을 끊었다. 그 이상은 입에 담을 수 없었지만 소녀의 표정에서 점점 나쁜 상상이 채워져 간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메이린은 가만히 피리아의 얼굴을 보다가, 달래듯 고개를 저었다.
"나쁜 방향으로만 생각하면 안 돼, 피리아."
"아, 죄송해요, 메이린 씨……."
고개를 숙이고 있던 피리아는 퍼뜩 고개를 들고 사과했다.
"사과하지 않아도 돼. 하데스님은 피리아에게 있어선 아버지 같은 존재니까. 걱정되서 견딜 수 없는 건 당연하지. 기운 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마. ……하데스님은 무사하셔. 분명히 금방 돌아오실 거야."
"네…… 고맙습니다. 그렇네요, 침울해봤자 소용이 없어요. 제가 힘내지 않으면."
메이린의 격려로 피리아는 자연스레 미소 지었다. 어두운 생각이 싹 가시고 이상할 정도로 밝고 긍정적인 기분이 넘쳐흐른다. 자신은 이 말이 듣고 싶어서 하소연한 건지도 모른다.
"……힘내다니…… 설마, 피리아. 너, 이 바보 같이 넓고 복잡한 제도를 혼자서 찾아볼 생각은 아니겠지……?"
걱정스런 표정에서 곧바로 눈썹을 찡그리며 기가막히다는 얼굴이 된 메이린에게, 뭔가 이상한 말을 했나 갸웃거리면서도 피리아는 당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눈 앞의 소녀는 왠지 당황한 듯 몸을 앞으로 내밀어온다. 그 강한 기세에 반대로 피리아는 뒤로 밀려나버렸다.
"자, 잠깐! 그러면 아무리 피리아라도 바로 미아가 되든가 덮쳐지거나 인신매매범한테 납치하라고 시위하라는 것밖에 안 된다고!"
"그, 그치만…… 그것 말고 다른 방법이……."
미덥지 않지만 그녀가 하는 말은 정론이다.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하지만 달리 도리가 없다. 제도에 온 건 처음이고, 아는 사람도 없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곤 자신에게는 하데스 사제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그가 행방불명이 되었으니 자신이 어떻게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자 메이린은 노골적으로 머리를 감싸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왠지 불편해지는 건 기분 탓이 아니리라.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구, 피리아 혼자라니. 하데스님은 엘카이르 교의 사제님이잖아? 그럼 대신전에 가서 사정을 얘기하면 분명히 찾아봐줄 거라고 생각하는데?"
"!"
국교인 엘카이르 교. 그 중추가 대신전이다.
광대한 제도의 도심부, 더욱 중앙에 있는 현 황제의 집정성, 그리고 군사의 요충지인 황국군 본부시설. 그것들 옆에 짝을 이룬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 이 나라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 존재인지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리라. 사실 엘카이르 교는 정치에도 깊이 관련되어 있는 듯하다. 라고 해도, 그건 상층의 일부뿐이며 대부분의 성직자는 정치에 얽히는 일 없이 매일 신앙에 몸을 바치고 있지만.
하지만 그래도, 그런 배경이 있기에 엘카이르 교회의 사람은 일반 백성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는다. 보통의 시민이라면 겨우 하루 행방불명되었다고 해서 수색에 나설 기관 따위는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그것이 성직자라면 얘기가 다른 것이다.
그건 맹점이었다는듯 이번엔 피리아가 몸을 내밀며 눈을 빛냈다. 마치 생명의 은인을 보는 듯한 눈이다. 어깨를 움츠린 메이린은 '……역시 거기까지 생각하지는 못한 거구나. 뭐어 정신 없는 상태니까 무리도 아닌가.' 하고 중얼거린다. 하지만 곧바로 생각난 듯 피리아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어차피 오늘밤은 황성에 볼일이 있기도 하니까, 내가 대신전까지 데려다줄게."
"에, 괜찮으시겠어요?"
"그럼, 피리아 혼자서는 며칠이 걸릴지 모르니까."
싱긋 미소를 띄우며 그녀는 단호히 그렇게 단언했다.
"그래서, 기억 쪽은……?"
다소 주저하며 메이린이 말을 꺼낸 것은, 대신전을 향하던 도중이었다. 노을이 마을을 붉게 물들여도, 대로의 사람이 적어질 기미는 없다. 그렇기는커녕 이제부터가 본격적이라는 듯 인파로 넘쳐났다. 그 모습에 현기증이 나는 듯 눈을 좁히며 피리아는 어떻게 대답할까 망설였다.
"그러니까…… 그건 아직……."
메마른 웃음을 입꼬리에 매달고 대답한다.
피리아의 기억은 3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정신이 들었을 때는 교회에서 살고 있었고, 그 이전의 기억은 어떻게 해도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하데스에게 물어도 쓸쓸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고. 그 표정을 보며 그 이상 캐물을 수 없었다. 매일 시스터로서 쉴 틈 없이 돌아다닐 때엔 과거 따위 필요 없다. 애초에 고민할 시간이 없다. 하지만, 어쩔 때는 자신의 추억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깜짝 놀랄 정도의 공포를 안겨주곤 했다.
1년 전에 알게 되어 친해지게 된 사이에, 피리아는 메이린에게 그 일을 얘기했었다.
피리아의 애매한 웃음에 메이린은 어두운 표정 속에서도 조금 질려버렸다.
아마도 샐쭉 웃는 가벼운 반응이 신경 쓰였나 보다. 행동력이 뛰어난 그녀에게 있어서, 기억을 잃은 피리아가 적극적으로 스스로 기억을 되찾으려 하지 않는 것이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일 지도. 분명 두가지 다일 것이다.
하지만 피리아는 무서웠다. 예전의 자신을 알고 싶다는 마음도 당연히 있다. 그렇지만 그 이상으로 자신은, 자신의 상상에 겁을 집어먹고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겁쟁이였다.
흠. 히유우가 호위를 붙인다고 했는데 정말로 하데스한텐 안 붙여서 사고가 난걸까나요. 그건 뭐 다음편을 봐야 알 수 있을듯. 그나저나 이거.... 호흡이 굉장히 깁니다. 길어요 ㅠㅠㅠㅠ 도저히 알 수가 없는 표현도 몇 개 있고. 그래도 프롤로그보단 나았어요.(대화가 많아서 그런가...)
솔직히 술취한 사람이 추근댈 때, 남자가 구해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쩌비)
# by | 2007/04/22 15:09 | [NEWVEL]황혼인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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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 아는 까페에두 올려 드려야 겟군요...
퍼가열~~